납북자 가족의 어머니 한 분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1970년대 말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이 실종되었는데 그 아들이 북한으로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10년 후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들이 북한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어머니는 아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니며 호소하고 있었는데, 그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자기 아들이 월복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남한의 인권 단체에서는 납북되었다고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는데
사실 자신은
자기 아들이 납북되었건 월북을 하였건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아들이 살아 있다고 하니 천만 다행이고 유일한 소원은 아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 어머니에게 납북이냐 월북이냐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었다.
정의를 위해 납북이냐 월북이냐를 밝혀내기 전에
어머니에게 아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깊이 깨달았다.
한반도 평화학 - 통일이 평화를 만난다 - 김병로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