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문 - 축구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

글쓴이 : 활산 날짜 : 2013-08-20 (화) 18:19 조회 : 612



"네티즌이 우리를 뛰게 합니다"
작성자 : 성연광 기자,   |  등록일 : 2008.07.13

"네티즌들의 관심과 뜨거운 응원에 너무나 행복합니다. 열심히 뛰어서 내년 대만 세계 농아인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을 약속 드립니다."

지난 7일 다음커뮤니케이션 홍대 사옥. 이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생업에 종사했던 농아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음 희망모금 전달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 분위기는 비교적 조용했다. 농아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두 청각 장애인이다보니 수화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 하지만 수화가 진행되는 내내 선수들의 환한 웃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날 네티즌들이 희망모금을 통해 적립한 300여만원의 후원금이 대표팀에 전달됐다. 이 돈은 대표팀 선수 전원의 축구화를 선물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대표팀을 행복하게 만든 것은 축구화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창설된 지 처음 받아본 네티즌들의 관심과 응원이 이들에겐 최대의 선물이다.


◇축구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

농아인 축구 국가대표팀은 청각장애 1,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들로 구성됐지만, 내년 대만에서 열리게 될 세계 농아인 올림픽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는 엄연한 '태극전사'들이다.

지난해 6월 태국 아시아 지역 예선에 참전해 이란, 태국, 카자스흐탄에 이어 당당히 4위를 기록,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값진 성과다. 이란, 태국 등 주요 아시아국가 대표선수들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가며 최저 6개월의 합숙훈련을 거치고 출전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 대표팀의 합숙훈련 기간은 1주일 정도가 고작이었다.

여기에 초기 구성됐던 대표선수 중 5명이 '생계'를 이유로 중간에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성과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하지만 이런 결실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정부나 기업의 지원은 너무나 냉랭하다. 농아인 대표팀 선배들과 농아인 협회, 장애인 협회 등에서 나오는 일부 후원금이 고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입은 태극마크 유니폼마저 선수들 자비로 구입해야 했다. 그마나 일부 할인된 금액에 살 수 있었던 것에 위안을 삼야할 정도다.

카자흐스탄, 일본, 이란, 등 아시아 축구 강호들이 농아인 축구 대표팀을 정식 국가대표로 인정해 선수들이 축구에만 전념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정작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의 무관심과 편견이다. 합숙훈련이나 국제대회 경기출전을 위해선 대부분 선수들이 다니던 회사에서 무급휴가를 내야 겨우 허락을 받아낼 수 있다.

이는 그나마 나은 편. 대표팀 한 선수는 "심지어 20일간 자리를 비우려면 차라리 그만두라는 말을 듣기 일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들이 '대표팀'으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은 하나같이 '축구' 자체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적어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순간만큼은 어느때보다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비록 경기 중 '목소리' 대신 '손짓'으로 작전을 짜야하지만, 이는 신체적으로 다른 점일 뿐 '장애'가 아니다. 단지 소통방식이 다를 뿐이다. 실제 이들이 그라운드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여느 정상인들과 다를바 없었다. 아니, 이들은 '태그마크'라는 자부심으로 무장된 '프로'였다.

이처럼 '축구'는 일상생활에서 온갖 사회적 편견에 맞서 이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窓)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대표팀 부주장을 맡고 있는 김택한 선수(27)는 "초등학교 시절 1주일동안 한번도 공에서 떨어지지 않을만큼 축구를 좋아했다"며 "현재 대표팀 선수로 활동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어릴적부터 청각장애를 앓아왔던 그는 작년까지 용인의 한 지역주민센터에서 일을 해오다 대표팀 생활을 위해 아예 하던 일을 그만두기까지 했다. 그에게 있어 '축구'는 인생 그 자체다.

국가를 대표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만큼, 적어도 합숙훈련이나 경기일정 때문에 다른 동료선수들이 직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당 회사에서 배려해줬으면 하는 게 그의 작은 소원이다.


◇우리가 당신의 '붉은악마'입니다

이들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인터넷을 통해서다. 포털 다음에서 운영중인 '희망모금(http://hyphen.daum.net/request)'사이트에서 한 네티즌이 '농아인 축구대표팀 "우리도 태극전사인데..."라는 주제로 청원글을 올린 것.

농아인 축구 대표팀의 훈련 현장을 찾아 보고 자신이 느낀 점을 잔잔히 소개한 글이 네티즌들의 큰 공감을 산 것이다.

7일까지 네티즌들이 직접 모금한 액수 250여만원과 서명과 댓글건수에 따라 다음 UCC 기금에서 간접기부한 금액까지 합쳐 총 260여만원이 모였다.

네티즌 뿐 아니라 기업도 동참했다. 인터넷에서 이같은 사연을 접한 금강보청기가 100만원을 후원금으로 지급했으며, 올 연말까지 매달 100원씩을 추가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 대표선수들에게 더 큰 힘이 됐던 것은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이다.

"어려움속에서도 용기를 잃지않는 여러분들에게 조그마한 힘이 돼 드리고 싶네요"- 레인보우(ID)

"희망을 갖고 사시는 장애인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건겅한 사람들입니다"-피쉬쥔

"저도 1급 장애인이고 탁구를 하고 이습니다. 누구보다도 어려운 상황 말하지 않아도 잘 보입니다. 힘내시고 화이팅하세요"-피피

이같은 응원댓글만 무려 423개가 달렸다. 서명에 동참한 네티즌수 778명이다.

이 청원운동을 제안했던 네티즌 해피해피데이(ID 34)는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다. 그녀는 "사실 후원모금보다는 이들 장애인 축구 대표팀이 '희망'과 '긍지'를 갖고 더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다른 네티즌들에게 관심을 호소하자는 취지에서 글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동참해줘서 오히려 내가 더 기쁘다"면서 "작으나마 이같은 네티즌들의 응원에 힘입어 대표팀이 내년 올림픽에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대한농아인 축구협회 조만수 회장은 "해외에 나가 메달을 따오더라도 정작 관심있게 지켜봐주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보니, 선수생활을 하다가 자포자기하는 장애인도 적지않았다"며 "이번 네티즌들의 청원운동을 시작으로 장애인 체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축구'가 그들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창(窓)이었다면, 인터넷은 세상이 그들과 소통하는 또다른 창(窓)이 된 셈이다. 인터넷이 이어준 '붉은악마'와 더불어 더 이상 그들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태극전사'들이 승전보를 울릴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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