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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나무숲 이야기

럭키(개 이름)의 돌아옴

글쓴이 : 겨우나무 날짜 : 2013-07-15 (월) 12:15 조회 : 831
 
 
농아인 센터에는 개 한마리와 고양이 한마리가 있습니다.
럭키라고 부르는 사냥개의 혈통을 지닌 짙은 갈색의 잘생긴 개와
환타라고 부르는 고양이 입니다.
 
럭키는 그동안 농아인 센터안에서 줄에 묶여 생활 하며 주는 밥을 먹고
빈둥비둥거리며 자기 할 일도 잊은 듯 지냈습니다. 
 
개의 할일은 우선 짖는 일이겠죠? 그런데 럭키는 짖는 방법을 잊었는지
너무 순둥이라 그런지 짖는 소리를 들어 보지를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를 해도 그저 꼬리를 치며 좋아하기만 하고
장난 치는 것을 무척 좋아 합니다.
 
그런데 얼마전 부터 럭키가 조금씩 짖기 시작하는 겁니다.
밤이면 풀어 놓아 농아인 센터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고 가끔 쓰레기
봉지를 뜯어 흐트려 놓아 야단을 맞기도 하지만 소리에 반응하며 짖기
시작하는 럭키를 보며 모두 한마디씩 했습니다.
 
"럭키가 드디어 개가 되었구나"
"럭키가 자신이 누구인지 이제야 알았네"
 
며칠전 새벽 열려진 문틈으로 럭키가 나갔습니다.
가끔 밖으로 나간 럭키는 저녁쯤이면 문 앞에서 기다렸다 문을 열며
들어 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4일 여 동안 들어 오질 않았습니다.
며칠 안되는 짧은 날이었지만 눈도 많이 내리고 기온도 뚝 떨어져
모두들 걱정을 했습니다.
 
어제, 그러니까 주일날은 한인교회 교인들의 왕래를 위해 농아인 센터
문을 열어 둡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며 럭키를 기다렸는데 오후 예배를
마치고 보니 럭키가 돌아 온 것입니다. 왼쪽눈 윗쪽에 상처가 있고 흐른 피가
마른것을 보니 다친지 며칠 된 듯 합니다. 몸을 덜덜 떠는 것을 보니 춥기도
했고 그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듯 했습니다.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고 사모님은 뼈를 삶아 럭키에게 주었습니다.
두어시간 집에서 누워있던 럭키가 점점 기력을 회복하는 듯 떨림도 없어지고
부르면 얼른 달려와서 엎드립니다.
 
돌아온 럭키를 보며 모두들 안심이 된 듯 한마디씩 하기 시작 했습니다.
 
럭키 시리즈라고 해야 할지,
 
한국 속담에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로 시작을 했는데.
 
"식당 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
"럭키도 주일을 지키려고 주일날 돌아 왔다"
"교회 개 삼년이면 주기도 문을 왼다"
"아니야, 교회 개 삼년이면 사도신경을 왼다" 
 
하늘이의 반격입니다.
 
"럭키는 농아인들과 생활해서 그런거 모른다"
 
여기에 대한 또 다른 반격입니다.
 
"농아인 교회 개 삼년이면 수화를 한다"
 
러시아 수화를 배우고싶은 분은 럭키에게 수강하시면 됩니다.
수강료는 잘 삶아진 뼈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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