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영웅 리분희 서기장도 방호

북한의 조선농아축구팀이 10일(수) 시드니에 도착해 이날 저녁 시드니 동포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시드니한인회(회장 송석준)는 한인회관에서 북한 농아축구팀 선수단 21명에게 환영 만찬을 베풀고 호주팀과 경기에서 선전을 당부하며 격려했다. 기념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북한팀은 정현 단장을 비롯한 임원과 선수 등 총 21명이 호주를 방문해 13일(토) 시드니 올림픽파크 소재 보조경기장(애슬레틱센터, 5천석)에서 호주농아축구대표팀과 경기를 갖는다. 이 경기에는 많은 한인들이 경기장을 방문해 응원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선수들은 대체로 20~30대 연령의 외모였다.
북한 방문단에는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46)이 포함돼 특히 관심을 모았다. 리 서기장은 지난 9월말 교통사고로 중상을 당해 10월에 열린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참가하지 못했다. 이로써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그녀와 남북 단일팀을 이뤘던 현정화(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씨와 한국에서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환영 만찬에서 정현 단장은 “장애자 보호사업에서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분희 서기장은 인사말을 통해 “2016년 장애인올림픽에서 1개 종목 이상에서 우승을 하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축구선수단이 호주 방문을 통해 더욱 힘차게 훈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장애인들 함께 하자” 제안
이희아, 신종호 ‘감동 연주’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씨와 휠체어를 탄 비올라 연주자 신종호 교수가 북한 선수들을 위해 ‘반갑습니다’ ‘조국 찬가’를 함께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북한 농아 축구선수들이 이들의 뜨거운 열창과 연주를 듣지 못함 것이 큰 아쉬움이었지만 선수들은 모두 일어나 연주자들을 진지하게 지켜보는 모습에서 동포애를 충분히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통일부 통일안보교육 홍보대사(2012년)를 역임한 이희아씨는 “분단 70년인 2015년 남북한장애인축구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이 회복과 치유의 사절로 한반도 평화정착에 앞장설 것”이라면서 “남북한 장애인들이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연주에 앞서 조선농아축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시드니 교민 이민교 선교사가 이희아씨와 신종호 교수를 소개했다. 이번 방호를 성사시킨 주역인 이 감독은 장애인 스포츠 교류를 통해 호주-북한, 남북한 체육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정영화 목사 등 시드니의 선교단체 호주밀알(www.ausmilal.org) 회원들이 북한 선수단을 돕고 있다.
북한선수단은 12일(금) 저녁 시드니 리드컴의 웨스텔라 르네상스 펑션센터에서 열리는 호주 체육부와 농아축구팀 초청의 환영 만찬에도 참석하고 13일(토) 경기 후 14일 출국한다.
호주 정부는 2008년 1월 켄버라의 북한대사관 철수 후 북한 관계자들에게 일체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는데 약 6년 후 호주 농아축구팀의 초청으로 북한 농아축구선수단의 호주 방문을 허용했다. 이는 향후 스포츠와 문화예술분야에서 약간의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는 신호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0일 한인회 환영식을 지켜 본 한 동포 단체장은 “이번 교류가 그동안의 호주-북한 냉각 관계를 해빙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남북한 관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직순 기자 editor@koreatimes.com.au)

시드니한인회관을 방문한 조선농아축구선수단

정현 조선농아축구단 단장(왼쪽)과 리분희 북한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

시드니 교민인 이민교 조선농아축구단 감독이 네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씨를 소개했다

연주를 통해 뜨거운 동포애 전달. 북한농아축구선수들(왼쪽 검은색 양복)을 비롯 참석자들이 무대 앞에 둘러서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남북한 장애인이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하는 이희아 피아니스트

왼쪽부터 기타 정소리(시드니 교민), 노래 리영조(조선농아축구단 임원), 노래 이미소(시드니 교민), 이희아씨 (피아노), 신종호 교수(비올라, 충남대 음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