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원불교를 믿던 저자가 놀라운 체험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된 사건과 그 이후 선교사가 되어 농아들을 섬겨온 일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원불교 교역자인 누님의 권유로 소록도에 찾아가게 된 그 일이 저자로 하여금 하나님을 만나는 계기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한센 병에 걸린 분들을 불쌍하게 생각해서 자신이 믿던 원불교를 지극정성으로 전하던 저자가 도리어 그들로부터 불쌍히 여김을 받고, 마침내 하나님을 믿게 되리라고 누가 알았을까요?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특히 소록도에 있던 원불교 법당에서 염불을 외우던 중에 장례식장에서 들었던 찬송가가 입에서 터져 나오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되었던 것은 그 누구도 기대하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을 것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분명하게 확인해 주고 있지 않지만, 이는 분명 그를 위해 기도했던 소록도의 기독교인들로 말미암은 것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다메섹 도상에서 바울을 택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자는 하나님을 믿게 된 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또한 목회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을 향한 그의 관심과 사랑은 마침내 선교지에서의 장애인 사역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난항을 겪던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초기 사역이 축구공 하나로 말미암아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었던 것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후로 축구라는 매개체는 저자의 사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제 저자는 중앙아시아 전체의 농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를 꿈꾸고 있습니다.
저자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추방당했던 일과 사모님과 자녀들이 저자 대신 그곳에 남아 계속해서사역을 감당하였던 일을 보면서 선교의 어려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또한 그 일을 통해 저자가 우즈베키스탄을 넘어 중앙아시아 전체를 바라보게 되었다는 간증을 들으며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깨닫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조금 아쉽게 생각되었던 부분은 이 책의 초점이 뒤로 가면서 점점 저자의 깨달음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가 체험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기적적인 체험에 관한 기록을 읽고 나니 선교지에서도 그와 같은 일이 계속적으로 일어났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겼는데, 기대와는 달리 그러한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고 저자가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깨닫게 된 것들이 두서 없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내용을 통해서도 은혜를 받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왠지 일관성이 없는 듯한 전개인 듯 싶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간증할 내용이 좀 더 쌓인 뒤에 책을 쓰셨더라면 더 풍성한 은혜를 나누어 주실 수 있으셨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완전히 무르익기 전에 설익은 것을 내 놓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저자의 귀한 사역에 대해 알게 되어 감사하고, 앞으로 저자의 사역에 귀한 열매가 풍성히 맺히기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