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되던 딸아이(하늘이)를 데리고 선교지에 처음왔었는데
벌써 커서 오늘 고등학교 졸업여행을 친구들과 함께 두바이로 떠났다.
나는 오늘
지난 날의 나의 졸업여행을 생각해 본다.
중학교 졸업여행은 남원에서 밤새도록 완행열차를 타고 용산역에 도착하여 걸어서 남산타워를 구경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남원에 돌아온 것이 졸업여행 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여행은
버스를 이용하여 설악산을 다녀왔다.
내일부터 나는
미라리와 영광이 그리고 요셉과 함께 카자흐스탄의 북쪽과 동쪽을 다녀오려고 한다.
여행은 떠남이다.
익숙해져 편안해 거의 잊고 살던 일상을 떠나 보는 것이다.
익숙해져 있다는 것은 길들여져 타성에 젖어 있다는 말일 수도 있다.
이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이럴 때 사람은 떠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떠나는 것이 여행이다.
떠나서 낯선 곳에서
불편함을 스스로 겪어 보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얼마동안 살다보면
그동안 익숙해져 놓치고 타성에 젖어 지나쳤던 고마움과 감사를 알라차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그냥 떠나
낯선 곳을 평생 다니는 것은 방랑이요 방황이다.
참다운 여행은
다시 자기 일상으로 돌아와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집을 떠나는 것이 십자가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부활이다.
돌아갈 집이 없고
돌아가도 만날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허전하고 썰렁하겠는가
지구별이라는 이 세상에 나는 여행을 온 것이다.
왔으니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에게 돌아갈 집이 있고
돌아가 만날 아버지가 있음을 나는 믿음을 통해 안다.
돌아갈 내가 있고
돌아갈 집이 있고 돌아가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가.
여행은 관광이 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여행 중에 사진만 찍고 물건만 수집한다.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돌아와서는 어디서 찍었는지를 모른다.
또 물건을 얼마나 많이 수집했는지 가방이 터질 것만 같다.
그것은 여행이기보다는 놀이요 사업이다.
여행은 낯선 곳에 가서
그 곳에 있는 빛을 보는 관광이 되어야 한다.
그 곳에 내리고 비춰온
하나님의 빛을 보고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빛을 통하여
익숙해져 놓쳐진 것들과 타성에 젖어 지나친 것들을 보아야 한다.
결국 여행은
내 안에 있는 빛을 보는 것이다.
여행은 내 생각을 넘어서서
또 다른 하늘을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지금껏 살던 고정된 잣대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이리 재고 저리 잰다.
아니 지금 살아가는 삶의 가치와 모양으로
그때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평가한다.
이것은 교만이다.
무지이다.
여행을 통해 자기 생각을 넘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을 강화할 뿐이다.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그때 그 사람들의 마음이 되어
그 자리에 함께 시공간을 넘어 하나로 있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있어 볼 때
여행의 참맛은 일어나고 빛을 보는 관광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행은
나의 일상으로 돌아와 그 일상을 새롭게 할 때 완성되는 것이다.
새롭게 한다는 것은
그 무엇을 고치고 바꾸는 것도 포함하지만, 그 동안의 일사을 고맙고 감사함으로 만난다는 것이다.
여행은
익숙해져 무감각하게 마구 대하던 일상에게 사과하는 것이다.
그래서 낯선 곳에서
새롭게 만난 빛으로 일상을 거룩하게 하는 것이다.
일상을 거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