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식이 쓰레기통으로(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글쓴이 : 활산 날짜 : 2013-08-19 (월) 11:30 조회 : 1491
 
 
알마타에서 약 320km 떨어진 곳(우쉬토베)에 고려인들의 정착지가 있다.
그곳에서 5ha 땅을 임대하여 배추농사를 하고 있던 형제를 금년 여름에 만났다.
 
통성명을 하고 보니
원광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한 우리들의 동문(후배)이었다.
 
그래서
더욱 친근감이 들었는지     아니면, 
 
농사꾼처럼 보이는 그의 외모와 허탈하게 웃음 짓는 그의 얼굴 때문인지는 몰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알마타에 오면 언제든지 우리 집에 들러서 밥을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배추장사를 할 때에도 장소가 필요하면 농아인 센타를 사용하라고 했다.
 
10월 중순쯤 되었을까
그동안 키워왔던 배추 14톤을 알마타 농아인센타에 가지고 왔다.
 
알마타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사람들을 중심으로 한국 배추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너무 좋아들 했다.
 
속이 꽉 ~ 찬
한국배추를 카자흐스탄에서 맛볼수 있다는 것에 은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겨울김장을 위해 모두들 앞을 다투어 한국산 배추를 예약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우수토베 밭에 남아있던 전체 물량인 12톤의 배추에 대하여 모든 예약이 끝나 버렸다.
 
추수할 배추밭을 쳐다보며 행복해 했을
농사꾼의 해맑은 눈빛과 웃음 짓는 그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기다려왔던 배추를 추수하던 날, 11월 9일(월)
우쉬토베의 날씨가 얼마나 추웠던지 밤새 내린 비가 눈이 되어 배추에 쌓여 있었다고 했다.
 
일꾼들을 사서 밤새도록
한포기라도 더 수확해 보려고 어깨의 통증을 잊은 채 배추 뿌리에 칼질을 했다고 한다.
 
이미
얼어버린 배추였지만
 
그래도 예약된 배추를 약속한 날짜에 맞추기 위해 자동차 트레일러를 임대하여 밤새도록(8시간동안) 알마타까지 왔다고 한다.
 
그리고 새벽녘에 얼어버린 배추 12톤을 농아인센타에 풀어 놓은 후에
예약하셨던 분들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배추가 얼었어요
어떻게 하지요 그래도 필요하신 분들은 오셔서 배추를 보시고 결정해 주세요
 
농사꾼 형제는 얼어버린 배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나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배추가 얼었군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이렇게 자신을 공감해 주었던 분은 배추 값도 깍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추운데 커피라도 사 먹으라고 1,000텡게를 더 주고 가셨다고 한다.
 
어떤 분은
배추가 얼었으니 계약금을 다시 돌려주세요 하고 돈을 받아 가셨고
 
어떤 분은
직접 일꾼들을 데리고 와서 얼어버린 배추의 겉은 모두 때어내고
속 부분만 저울에 담아 예약한 배추의 무게를 가져 가셨다고 한다.
 
또 식당을 하신 어떤 분께는 배추 2톤을 배달을 해 드렸더니
얼어버린 배추를 보시면서 이것도 배추냐고 이렇쿵 저렇쿵 이야기를 하셔서
농사꾼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저는 약속했던 날짜에 배추를 갔다 드린 것입니다.
돈은 받지 않을테니까 맛있게 드세요
 
그런데
그 식당 주인은 쓰레기를 치우려면 한참 힘들겠네,,,라고 말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배추를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자식처럼 키워온 배추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말하고 있는 농사꾼은 이미 가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나는 느꼈다.
 
그래도 최소한
추운날씨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고
 
배추를 담았던 자루값이라도
아니면 자동차 기름값이라도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돈을 주면서 기쁘게 배추를 받아 주었다면
이렇게까지는 슬프지 않았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무슨 뜻이 있는지
식당을 빠져 나와서 농아인센타에 오기도 전에 어떤 분이
500킬로만 배추를 가져다 줄 수 있겠냐는 전화를 받았다는 한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2톤을 거저 주었던 식당 주인께 전화를 드려서
 
정말
죄송하지만 2톤 중에 500킬로만 배추를 다시 가져가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그 분은 농사꾼에게 화를 내면서 또 이렇쿵 저렇쿵을 말을 했다고 한다.
 
식당에 2톤을 배달한 후 약 40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식당에는 배추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배추가
어디로 갔을까
 
소금물에 절여져 있어야 할 배추가 온데 간데 없으니,,,
그렇다면 벌써 쓰레기통으로 버려진 것은 아닌가?
 
2톤을 거저 드렸기에 다시한번 사장님께 부탁하고 또 부탁해서
배추가 있던 곳을 찾아가 봤더니,,,,,,,,,아뿔사,,,,,,,,
 
나의 자식처럼 키운 배추가 어느 만두집의 창고에 있지 않은가?
만두에 넣어야 하는 만두속으로 둔갑을 하려고 하는
나의 자식 이었던 배추 !!!
 
식당 주인이
절대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겠지만
 
나의 느낌으로는
만두를 만드는 그 곳에 나에게 거저 받은 배추를 팔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물론
내 손을 떠난 배추이긴 했지만
 
그래도 배추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하는 농사꾼의 가슴은
또다시 피눈물의 멍이 든 것 같이 느껴졌다.
 
어젯 밤에
그 농사꾼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
말은 못하지만 함께 배추를 운반해 주었던 농아들 앞에서
제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 창피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왠지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목사라는 것도 창피할 정도로 배추를 통한 깨달음이 있었다.
 
왜냐하면
얼어버린 배추로 농사꾼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사람들은
 
모두가 알마타에서
열심히 교회를 다니시는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사꾼의 마음을 공감해 주었던 그 분은 교회를 다닌 분이 아니었다.
 
아, 숨차이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오늘도 나에게 선생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하나님 학교를 입학한 나이기에
하나님 학교를 졸업하는 그날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멋진 졸업식의 주인공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앞으로 더욱
목사로서 내 자신이 더 이상 창피를 느끼지 않도록
믿는 성도들에게 잘 가르켜야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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