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겨울 양식은
김장 김치이다.
김장은 날씨가 얼어야 한다.
물이 얼고
발람이 얼고
땅이 얼어야 김장을 해도 제 맛이 난다.
된서리와 영하의 날씨를 잘 견디어 낸 얼(알)이
꽉찬 배추라야 김장 김치 자격이 있다.
그렇게 얼은 땅, 얼은 바람 속에서 얼이 꽉찬 배추라야 뽑혀서 집으로 들어올 수 있다.
얼빠진 배추는 그냥 들에 남고 만다.
집에 온 배추는 다듬어져 소금물에 푹 담겨있다가 하룻밤을 자고 나면
빳빳한 목은 숙이게 되고, 에고의 허풍과 거드룸은 쑥 빠져나가
겸손의 차분함과 무아집의 참 모습을 한다.
김치의 맛의 비밀은 적당히 절이는데 있다.
너무 절이면 김치가 짜게 되고, 그렇다고 절여지지 않으면 맛이 싱겁고
끝내는 발효가 되지 않아 풋냄새가 난다.
얼이 차고 잘 절구어진 배추는 양념과 함께 버무러져
땅속에 묻은 단지 속에 들어간다.
적당한 압력과 온도 속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겪으면
그 단지 안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배추가 김치가 되는 변화,
발효다.
내가 예수를 믿어 성화된다는 것은
신비중의 신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