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동진 <22>

글쓴이 : 겨우나무 날짜 : 2018-06-05 (화) 13:18 조회 : 502

[역경의 열매] 조동진 <22> 


핀란드서 열린 北 기독학자와의 통일대화 참여


성경에 근거한 ‘통일 신학’ 연구 계기 전금철 당시 조평통 부위원장도 만나


[역경의 열매] 조동진 <22 > 핀란드서 열린 北 기독학자와의 통일대화 참여 기사의 사진
조동진 목사가 1978년 북한을 위한 기도 모임인 ‘망향조찬기도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나는 1978년부터 미국의 선교학자인 랄프 윈터 박사가 세운 윌리엄캐리대에 적극 관여했다. 윈터 박사의 간청에 따라 이듬해 12월 ‘고려연구소’를 대학 안에 설치하고 교수가 됐다. 이 대학은 전통적 개념의 학교가 아니었다.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선교이론을 창출하는 연구 중심 대학원이었다. 윈터 박사는 ‘미전도종족’ 선교이론을 주창한 바 있다.

나는 윈터 총장, 데일 키츠맨 부총장 등과 함께 지구상에서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평화선교의 이론적 근거를 성경에서 찾아내는 연구를 전개했다. 또 기독교가 더 이상 서구문명의 틀에 매이지 않게 하기 위해 기독교의 ‘탈(脫)서구 운동’을 펼쳤다.

탈서구 운동은 반(反)서구 운동과는 구별된다. 전통적 서구 선교가 식민주의 정복 선교의 방법을 택했던 것을 거부하는 성경적 평화선교운동이었다. 이는 한민족이 분단을 극복하고 민족과 교회의 관계를 성경적 근거 위에서 회복하기 위한 ‘민족통일 신학’으로 발전됐다.

80년대 중반 나는 국내 ‘통일신학동지회’ 임원으로 일했고 기관지인 ‘통일신학’ 편집인을 맡았다. 나는 서구 선교가 얼마나 피선교지 민족의 자주와 번영 욕구를 짓밟는 식민통치 세력에 이용됐는가를 보여주는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러던 중 88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북과 해외동포 기독학자 간 대화’에 초청받았다. 거기서 나는 북녘 사람들과 처음으로 만났다. 

북녘 사람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뿔 달린 적귀(赤鬼)가 아니었다. 관료 냄새도 풍기지 않았다. 오랜만에 고향 가서 만난 한 동네 사람들처럼 우리를 맞았다.

“조 목사님이지요?” “잘 오셨습니다. 전금철입니다.”

그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우리는 헬싱키 주재 북한대사관 관용차 안에서 창밖의 이국적 풍경을 바라보며 대화했다. 전 부위원장 이외에도 북측의 안병수 서기국장, 사회과학원 박승덕 박사, 경제학자인 김구식 박사 등이 기억난다. 이들은 예를 갖추고 대했다.

그들은 내가 기독교 복음주의 진영 목회자이자 보수 학자로서 진보적 기독교인의 통일 대화 모임에 참석하게 된 것을 놀라워했다. 나는 이 모임에 앞서 통일신학운동에 참여하면서 나의 정치·신학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통일은 민족운동이어야 하며 민족운동은 해방 초기 민족운동 주체들의 뒤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주적이며 평화적인 민족통일과 민족교회 형성이 나의 소원이라고 말했다.

모임 둘째 날 나는 안 서기국장과 대화했다. “안 박사께서는 민족통일 문제와 미국과의 관계개선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셨습니까.” 그는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북쪽에서는 항상 미국의 진보적 학자와 정치인만 초청하는데 그래 가지고 미국과 관계가 잘되겠습니까.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보수 세력입니다.” “그렇지요.”

“교회도 마찬가지예요. 항상 세계교회협의회(WCC) 사람들만 평양에 불러들이는데, 그 사람들은 정치권에는 힘이 있어도 교회를 움직이는 힘은 없어요.” “….”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다음 말을 던졌다. “빌리 그레이엄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일이 있습니까.” “아니요. 전혀요.” “그분을 평양으로 초청하십시오. 그의 북한 방문은 미국에 큰 충격을 줄 것이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호의적 관심을 가지게 할 것입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59357&code=23111513&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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