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출로를 여는 획기적 구상을 실천에 옮기자 - 평화재단

글쓴이 : 손짓사랑 날짜 : 2015-08-13 (목) 09:28 조회 : 256
 
남북관계의 출로를 여는 획기적 구상을 실천에 옮기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와 건전한 역사인식의 유도는 한국 대일외교의 명분이며, 한일관계 개선과 적정수준의 한미일 협력체제 구축은 실리에 해당한다.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중국과는 우리의 처지가 다르다. 또한 한국적 상황에서 명분과 실리 중 택일을 하는 외교전략의 구사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변화의 거센 파고가 밀려오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이 자주적인 입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명분과 실리 모두에서 상처를 받는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해답은 남북관계에서 찾아져야 한다. 남북관계는 한국이 유일하게 주도할 수 있는 외교안보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한반도 정세변화를 유도할 경우 주변국의 동북아 전략 역시 근본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말할 것도 없이 끌어가느냐, 또는 끌려가느냐 하는 갈림길은 남북관계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데 달려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방위 노력을 통해 한국이 동북아 정세변화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위기는 점차 구조화하고 있으며, 이 문제의 해소를 위해 ‘일대일로’ 정책과 동북 3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시베리아 극동개발을 푸틴정권의 핵심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까지 북중 접경지대인 단둥과 훈춘에 고속철이 개통됨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구상에서 동북 3성이 소외되어 있는 것은 한반도를 통해 동해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확보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다렌항의 물류역량으로 동북 3성의 개발수요 충당은 불가능하다. 러시아 시베리아 극동개발도 한반도와 에너지․교통 네트워크의 연결 없이 성사되기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발전 모두 한반도라는 출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철도 도로망을 연계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베이징과 평양-서울-부산을 연계하는 철도노선의 개통을 제안하고,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와 중국을 연계하는 고속철과 고속도로의 건설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미 러시아는 나진-하산간 화물열차를 운행하고 있으며, 북한 내륙철도 현대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북한측 경원선 단절구간에 대한 복원 및 연결사업을 구체화하고, 한반도 종단철도와 TSR을 연계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여 유라시아 대륙과 교통·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진정한 구현이다. 대륙과 연계된 새로운 한반도의 탄생은 동북아 질서 변화과정에서 한국의 주도적 위상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변화한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진정한 신뢰프로세스가 아니다. 북한의 변화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전략을 구사하면서 이를 주도해야 한다. 북한주민의 인도적 위기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책임을 져야하며, 북한 정권의 변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광복 70년 8·15를 기점으로 한국 정부가 북한주민의 인도적 위기에 대해서 ‘무한책임’을 선언할 것을 제안한다. 북한주민의 인도적 위기가 해소되는 시점까지 식량과 의약품을 조건 없이 제공하라는 것이다. 일부 경제상황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식량부족은 지속되고 있으며, 보건의료 등 대다수 북한주민의 생활은 열악하다. 조건 없는 대북인도지원은 한국정부의 헌법상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당성이 있다. 북한주민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이러한 진정성 있는 노력들이 신뢰프로세스를 가동시키고 북한의 변화를 돕는 바탕이 될 것이다.

 5.24 조치는 사안별로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보다 상위의 합의를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원선 복원 또는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등 남북한의 협력사업 추진과정에서 실질적이고 진전된 신뢰구축 조치와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발구 정책은 한국의 참여 없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협상의 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올 한해 분단 70년, 광복 70년의 특별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각계에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8.15를 목전에 두고도 성찰적 반성과 진정성 있는 비전 제시가 보이지 않는다. 동북아 정세 변화의 파고를 타고 넘을 전략 마련과 국민통합의 동력 형성에 대한 진지한 노력조차 없는 것 같다. 최근 북측의 ‘목함지뢰’ 도발로 우리가 아직도 정전체제에 갇혀 있고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분단 상황의 지속은 ‘미완의 광복’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대결과 반목의 역사를 더 이상 연장해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대한민국의 발전은 남북관계에서 출로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재인식하고, 그동안 제기된 대북·통일정책의 많은 구상과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하는 실질적인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