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70년의 동북아 정세와 한국 외교의 현실 - 평화재단

글쓴이 : 손짓사랑 날짜 : 2015-08-13 (목) 09:27 조회 : 238
 
전후 70년의 동북아 정세와 한국 외교의 현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자문기구가 지난 8월 6일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그리고 ‘통절한 반성’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제법상 침략에 대한 정의는 ‘완전한 일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토를 달았으며, 한국이 요구해온 ‘사죄’라는 표현은 빠져 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을 ‘이제까지 없던 엄중한 대일자세를 가진 대통령’으로서 심정에 바탕을 둔 대일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의 양보가 없으면 양국관계를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 작성 주체가 아베 총리의 자문기구라는 점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8월 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일본은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북한에 공을 들였지만, 막판까지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한일 회담은 18분 만의 짧은 만남으로 끝났다.

 아베 총리의 책사인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의 지난달 중국방문 시 중국은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 등 중일 관계개선을 위한 3가지 조건을 제시했으며, 이후 중일 간 해빙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9월 3일 중국의 승전기념일에 아베 총리의 참석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베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안보법안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 중국 견제이며,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도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와 역사인식 문제로 날카로운 대립을 보였다. 그러나 외형상의 대립구도에도 불구하고 물밑으로 중일 양국은 관계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시진핑 정부가 중일관계를 대립일변도의 국면으로 지속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 일본 역시 대 중국 강경정책의 장기화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많지 않다. 양국이 명분과 실리차원에서 적정수준의 타협점을 모색해야 할 이유이다.

 김정은 집권이후 냉각되어온 북중관계도 해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연이어 북중 접경지대인 지린성과 선양을 방문했으며, 김정은 정권도 과거와 다른 대중 유화조치를 취하고 있다. 김정은은 7월 26일 평양에서 열린 노병대회 연설을 통해 중국군의 6.25참전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경의를 표하고 하루 뒤 중국군 전사자 묘에 직접 화환을 보냈다. 이에 대해 리진쥔 주북한 중국대사는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으며, 중국 관영 언론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북한과 중국은 최근 평양 만경대 지역에 밀랍상 전시관을 공동으로 건립하기로 했으며, 여기에는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중국 지도자들의 인물상도 포함될 예정이다. 

 전후 70년 일본은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모하고 있으며, 아베 정권은 공격적인 동북아 외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확고한 미일동맹체제는 아베정권 외교정책의 기반이자 자신감의 원천이다. 미국은 이 같은 일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한국에게 대일관계개선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당국자들에게 일본은 한국보다 가까운 이웃이다. 이들에게 일본의 과거사 사과와 역사인식에 대한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한국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이미 미국은 오래전에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일본의 과거사에 눈을 감았다. 미국의 국익 때문이다. 전후 70년,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의 자리는 눈에 띄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