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하나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하)

글쓴이 : 손짓사랑 날짜 : 2015-02-20 (금) 20:20 조회 : 1184
 
 
북녘밀알 이민교 선교사 (하)
축구공 하나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글|송기태, 사진|권순형
▲ 이민교 선교사의 해방 70년이 되는 2015년을 평화한국의 원년으로 삼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한국교회는 북한 정권을 바라보는 태도를 유연하게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 북한의 조선 그리스도인 연맹 소속의 목사들이 참여한 세계교회 34개국 출신의 교회지도자들이 스위스의 제네바 인근에 모여서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진전시킬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이데올로기의 초극
 
- 그렇지만 한국교회의 뿌리 깊은 반북, 반공의식도 만만찮은데요.

그렇습니다. 남한의 기독교는 그 뿌리가 반공입니다. 남한 기독교의 주류는 북한의 서북세력(평안도와 황해도)입니다. 해방 전후 조선의 기독교인은 장로교인이 전체 기독교인의 3/4쯤 되었는데, 장로교의 60%를 서북세력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평양을 ‘동양의 예루살렘’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까?
 
해방직후 공산주의와의 갈등과 또 토지개혁 문제 때문에 월남한 기독교인이 많습니다. 그 수가 무려 7-8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북한 기독교인 20만 명의 35-40%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이들이 남한에 정착하면서 기독교의 주류를 형성했습니다. 이들은 공산주의 치하에서 핍박을 받았던 체험적 반공주의자들이었습니다. 6•25 전쟁을 계기로 이런 확신은 더 굳어졌습니다. 1953년 6월 15일, NCCK 주최로 부산 충무로에서 열렸던 통일구국 기원 신도대회에는 1만 명이 참가하여, ‘한국 통일은 공산주의와의 유화에서가 아니라 공산주의를 굴복시킴으로써 성취되어야 한다. 공산주의는 설복할 수 없는 마귀, 영구히 회개할 수 없는 마귀다’라는 식으로 궐기할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이런 인식은 버려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 미래와 후손들을 위해서도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어야만 합니다. 6.25 전쟁세대들이 가고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주류의 위치에 선다는 것은 어쩌면 희망일 수 있습니다.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상처 때문에 화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분단과 이데올로기적 대립은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념 때문에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잃어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이데올로기적 대립은 극단의 흑백논리로 양분되면서 편 가르기로 나갑니다. 정의나 윤리보다는 어느 편이냐가 중요하게 됩니다. 자기편이면 불의도 용서되었습니다.
 
교회가 자기 개혁의 힘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분단이 만들어 놓은 윤리적 무감각성 때문입니다. 사랑이나 용서나 모든 성경의 윤리들은 이데올로기적 대립 앞에서 무력하게 되었습니다.
 
- 그렇지요. 이데올로기를 초극하여 이웃사랑, 민족사랑으로 돌아가야지요.
 
맞습니다. 한국교회는 이제 하나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읽어야 할 성경은 갈멜산 상의 엘리야와 바알 우상과의 투쟁 부분만이 아니라, 산상수훈에 나타난 원수의 사랑에 대한 말씀으로도 살아야 합니다.
 
남한과 북한에 갈라지고 찢긴 심령을 교회가 위로하고 싸매주지 않으면 누가 그 일을 감당할 것인가? 교회는 남북한의 형제애의 회복에 앞장서고 이를 위해서 모든 희생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독교인의 목적은 체제 경쟁이나 단일 민족 국가의 수립이 아니라 형제애의 회복이며 북한 교회의 회복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차적으로 성경에서의 통일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한국교회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말씀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 지난해 12월 시드니올림픽공원 에슬레틱센터에서 열린 북한 대 호주 농아인 축구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용진 선수(왼쪽)를 격려하는 북한 감독 이민교 선교사.     © 크리스찬리뷰


통일을 위한 통일 독립군
 
- ‘1온스의 실천이 1파운드의 관념적 생각보다 낫다’는 속담처럼 무수한 이론보다 한 가지 실천이 통일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이 선교사님의 작은 걸음들이 모여 자신도 모르는 새 통일에 훌쩍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동안의 실천 방안이 지나치게 정치 편향적이었습니다. 이제는 형제애를 회복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들, 특히 종교인으로서 실천 가능한 대안들을 개발하고 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계속 반복하여 강조합니다만, 통일의 목표는 형제애의 회복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입니다. 분단 이후 지금껏 계속되었던 단일국가를 목표로 한 통일론은 전쟁과 갈등만 양산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통일신학이 우리의 삶으로 열매 맺기를 소망하면서 행동하는 통일연습 다섯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통일금식입니다. 배고픈 사람을 생각하면서 금식을 연습한다는 표현이 좀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월 1일을 통일을 생각하며 금식하자는 것입니다. 매월 1일 하루 동안 한 끼, 혹은 두 끼, 아니면 하루 종일 통일을 연습함으로 배고픔을 경험하는 그래서 온전한 금식으로 이웃을 얻고자 하는 긍휼한 마음을 갖는 금식의 날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둘째, 통일예배입니다. 언제부턴가 대중화된 예배에 익숙한 현대인의 예배모습을 바라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님과 홀로 예배드리는 임마누엘의 통일예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를 포함한 남쪽의 한국교회에서 각자가 정한 날에 개인과 가정, 구역, 단체 등에서 통일예배를 드림으로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러진 평양의 예루살렘 회복을 위해 통일예배를 드리자는 것입니다.
 
셋째, 통일성경입니다. 남과 북의 달라진 언어는 의사소통까지 불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말씀 중 시편만이라도 투박한 북한어로 된 성경을 소리 내어 읽어 보자는 것입니다. 한국의 교회들과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들이 북한어로 된 시편을 묵상하며, 실제로 통일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연습하는 것으로도 통일에 도전의 불을 던지는 것이 될 것입니다.
 
넷째, 통일저금통(통일카드)입니다. 대한민국이 금모으기 운동으로 어려웠던 IMF 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종이로 만든 통일저금통을 통해 한반도의 통일자금을 마련하는데 적게나마 힘을 보태야 합니다. 1불, 2불, 10불 20불, 50불로 통일저금통을 채우고 통일카드를 준비해서 허리신경이 마비된 중풍병자와 같은 대한민국을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도록 하는 꿈을 이루는 일을 당겨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통일독립군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우리를 통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준비된 사람들, 그루터기 같은 믿음의 신앙인들, 통일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하나님 나라의 진주처럼 존귀하게 여기며 그들과 함께 통일 독립군의 사명을 감당하는 통일연습이 이 시대에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통일은 곧 이루어집니다!’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통일을 향한 예언자입니다. ‘통일을 위해 기도합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통일을 향한 중보자입니다.
 
그러나 방금 말한 다섯 가지 통일 연습(통일금식, 통일예배, 통일성경, 통일저금통)을 하나라도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통일독립군입니다. 우리 시대에는 통일을 향한 예언자도, 중보자도, 통일전력가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더불어 통일을 쟁취할 수 있는 왕적인 기름부으심이 있는 하늘나라 독립군. 통일독립군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진짜 시합에서 이기려면 연습을 잘해야 합니다. 진짜로 통일을 원하면 이미 시작된 통일을 연습해야 합니다. 통일연습을 통한 성서한국, 평화한국, 선교한국으로 진행될 복음적 통일한국은 결국 남과 북의 통일이 목적이 아닌 통일 이후가 더 큰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선교도구로 쓰임 받게 될 한반도에 주님의 임재가 증명되는 것이 우리의 소원이 되어야만 합니다. 먼저 형제애의 회복을 몸으로 경험한 장애인들이 북녘 땅에 하나님의 사랑, 이웃사랑을 패스하는 한 알의 북녘밀알이 될 것입니다.
 
- 이제 장애우 사역에 관한 선교사님의 비전을 들어봅시다.
 
1998년 6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1001마리를 몰고 휴전선을 넘어갔습니다. 저는 휠체어와 흰 지팡이, 그리고 마주잡은 손짓사랑으로 38선을 통과하여 막힌 동맥을 뚫어 줌으로 반쪽나라인 장애 국가를 건강한 나라, 하나 된 나라로 회복하는 일에 쓰임을 받고 싶습니다.
 
분단 70년이 되는 2015년을 평화한국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광복 70주년을 기억하는 단순한 숫자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70명의 장애인들과 함께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한 농아축구대회를 통해 농아들이 휠체어를 밀고 흰 지팡이의 안내를 받아 허리신경이 마비된 장애 국가의 허리를 장애인들과 함께 걷고 또 걸어서 주님의 은혜로 70년 동안 막힌 38선의 동맥을 뚫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북한에 남겨놓고 온 반쪽 심장 때문에 더 이상 거친 숨을 몰아쉬지 않고, 위에서 오는 평안의 하늘 숨을 쉬는 그날이 통일한국의 때임을 가슴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행동하는 통일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통일연습은 구체적으로 2013년 10월, 북한 농아축구팀 창단으로 시작되었고, 앞으로 통일한국이 되어 서울과 평양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그날까지 통일연습으로 평화한국을 세워나가려고 합니다.
 
먼저 스포츠 올림픽을 통해 하나 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약 20년을 주기로 올림픽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1964년 동경올림픽. 1988년 서울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28년 혹은 2032년에는‘서울평양 통일올림픽’이 열리기를 소망합니다.
 
이런 꿈을 꾸면서 형제애 사랑으로 평화한국 너머에 있을 복음적 통일한국을 바라보며, 오늘도 소외된 남북한 장애인들과 함께 북녘밀알(seed of North Korea)의 씨앗을 심어가려 합니다. 장애인 국가인 대한민국이 열방을 섬기는 제사장나라가 되는 그날을 꿈꾸면서 말입니다.

 

▲ 지난해 12월 호주를 방문하여 호주팀과 친선경기를 가졌던 북한 농아인 축구단. 호주가 4:1로 승리했다.                 © 크리스찬리뷰


마무리
 
3년 만에 국경을 넘어, 이데올로기를 넘어 새로워진 모습으로 다가온 그의 꿈은 이루어질 것을 확신하고 싶다. 그의 꿈은 우리 모두의 꿈이고, 그의 헌신은 우리 모두의 귀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2월 13일(토) 저녁 8시 Athletic Centre Olympic Park에서 북한 농아들과 호주 농아들이 어우러진 축구경기에 우리 교민들이 많이 참석하여 마음껏 그와 그의 사역을 응원하며, 조국의 통일을 염원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 


글/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두란노교회 담임목사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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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1/26 [11:28]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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