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실제적인 방법론과 대안 제시
현대사회에서 종교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을 따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참여도 정치적 행위요, 침묵도 정치적 행위의 일종이다. 어떻게든 정치적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앙이 추구하는 목표와 방법은 세상이 추구하는 것과 다르다. 교회의 목표는 하나님 나라의 건설이다. 하나님 나라는 성경의 원리가 통용되는 나라이다. 성경에서 증언하는 사랑과 평화의 나라, 정의와 인권의 나라, 민주와 평등의 나라, 풍요하며 창조질서가 보존 되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를 위해 제반 사회 세력들과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제도를 바꾸거나 세상에 청원하는 것을 그 1차적 과제로 설정하지 않는다. 교회 자신이 먼저 하나님 나라의 뜻에 맞게 사는 것이 목표이다. 사도 바울 시대에도 노예 제도가 있었고, 가부장제가 있었다. 그러나 바울은 이런 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러나 사도 바울이 도망 노예 오네시모를 그의 주인이며 믿음의 동역자인 빌레몬에게 다음과 같이 소개하는 대목에서 노예제도는 교회 안에서 이미 깨어지고 있다.
이후로는 종과 같이 대하지 아니하고 종 이상으로 곧 사랑받는 형제로 둘 자라 내게 특별히 그러하거든 하물며 육신과 주 안에서 상관된 네게랴 그러므로 네가 나를 동역자로 알진대 그를 영접하기를 내게 하듯 하고 그가 만일 네게 불의를 하였거나 네게 빚진 것이 있거든 그것을 내 앞으로 계산하라(몬 1:16-18).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라디아서 3:28)
위와 같은 선언에서 노예제도나 남녀불평등은 이미 찾아볼 수 없다. 교회가 먼저 이처럼 하나님 나라의 원리에 맞추어 살 때 세상은 변화되기 시작한다. 제도 변화는 이처럼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것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침으로써 이루어진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신앙인의 모델은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복수 논리를 거부하셨다.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뺨도 내미는 것이 예수님의 방식이다. 예수님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며 너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하셨다. 세상 방식은 군림하며 통치하는 것인 반면에 신앙은 섬기고 낮아지고 십자가에서 자기를 죽이는 방식이다. 신앙인은 악을 악으로 분명히 인식한다. 그러나 악을 악으로 갚을 권리는 없다. 예수님께서 막으셨다. 교회는 그가 회개만 한다면 아무리 살인마일지언정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예수님께서 괴수중의 괴수인 우리들도 받아주셨기 때문이다.
사회의 불의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불의를 제거하는 방법이 하나님의 길과 가이사의 길은 다르다. 가이사의 길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법이라면, 하나님의 길은 자기희생과 용서의 방법이다. 가이사의 길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라면, 하나님의 길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자기가 안고 자기가 죽는 십자가의 길이다. 미움과 증오의 논리가 아니라 사랑과 평화의 논리이다.
성경이 말하는 통일신학은 운동의 실천 방법론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신학이어야 한다. 그동안의 실천이 지나치게 정치 편향적이었다면 이제는 형제애를 회복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들, 특히 종교인으로서 실천 가능한 대안들을 개발하고 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