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렸을때 이런 노래를 부르며 같이 놀던 놀이가 있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잔다
잠꾸러기~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먹는다
무슨반찬?
개구리반찬
살았니? 죽었니?
우리가 이사와서 지내는 이 집 마당에 죽은 듯한 나무가 두그루있다.
봄이 되어가는 시즌이라 새싹이 나오는 다른 나무와 달리
나무기둥엔 바짝마른 버섯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줄기엔 물기없이 피곤에 지친 세월의 색을 바래고
터져진 줄기엔 기미와 검버섯이 앉아있다.
싹이 터 나올 기미하나 보이지않는다.
오가며 생각했다.
죽었니? 살았니?
........
차가운 공기가 조금은 부드러워 진 봄날이 되어가는 요즘
저기
나뭇가지 한 끝에서 봉오리 하나 올라와있다.
꽁꽁 싸매인 봉우리 삐집고 빼꼼이 내미는 분홍빛 수줍은 얼굴
벚꽃이다!
죽은 듯 나이든 티를 내는 나무 저 끝에 피어난 꽃 한송이
아! 살았구나!
생명...
죽은듯한 외모에도 생명이 있기에 싹을 내고 꽃을 피워내는구나
추운 겨울 이겨내고 봄에 이기는 자로 웃고있구나
생명의 존귀함에 감탄사가 내 뱃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내 눈물샘에도 우물이 길어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