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은 중국 당나라 이후 불교 선승(禪僧)들의 대표적 100개의 선문답이 기록된 책이다.
『벽암록』이 선불교의 교과서로서 널리 읽힌 것은 불교가 융성했던 송대의 시대적인 분위기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널리 퍼지다 보니 실제 선 수행보다 그 책을 외워 마치 득도한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수행자들도 다수 생겨났다. 또한 불교는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깨달음을 추구하기 때문에 “조사(袓師)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하는 극도의 과격한 언설까지 나오게 된다.
또한 수행승들이 혼자 공부해 꼭 깨달은 것과 같은 언사를 농하고 있어서 대혜선사가 정말로 깨달았는가 하고 시험해 보면 『벽암록』을 반복 암기한 데에 연유함을 알게 되자 참선 수행이 말장난에 그치고 말 것을 우려해 태워 버렸다는 기록도 나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선이란 언어 놀이가 아니라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그러나 언어 없이는 진리의 길에 도달할 수 없는 법. 결국 『벽암록』 은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내가 벽암록은 묻고 성경은 답하고. 이런 책을 출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