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유소년(U-15) 축구팀 & 안산지역 방문

글쓴이 : 활산 날짜 : 2014-05-27 (화) 15:23 조회 : 1068
 
 
 
북한농아축구팀 감독 맡은 이민교 감독과의 카작축구팀 vs 군포중 축구 관람기
“아픈 아이는 혼자 못 일어나. 그 아이를 일으키려면 누군가 부축해줘야 하지. 남북한도 마찬가지야. 주변 나라들이 남북한을 도와줘야 해. 70년 동안 혼자 못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지. 더불어 혼자 일어나 보겠단 의지도 필요해. 그런데 남북한은 아직 일어날 힘도, 의지도 부족해 보여. 그러니 장애인들인 우리가 나서서 작은 통일을 이뤄보면 어떨까?”
 
카자흐스탄 농아인 축구팀을 이끄는 이민교 감독(북녘밀알 대표)이, 아이들이 “남북한은 왜 통일이 안 되나요? 왜 반쪽으로 살아요?”라고 물을 때면, 아이들에게 말해주는 가장 쉬운 대답이다. 분단된 남북한을 장애에 빗댄 것이다. 저 멀리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에서 이 감독이 통일을 꿈꾸게 된 이유에 대한 가장 쉬운 대답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지난해 10월 북한 농아축구팀 감독직을 수락하고, 2016년 농아 아시안게임 준비에도 착수했다. 그가 꾸는 통일의 꿈은 머나먼 ‘미래형’이 아닌 바로 눈앞의 ‘현재진행형’이다.
 
   
▲ 카자흐스탄 농아축구팀 감독을 맡고 있는 이민교 선교사. ⓒ안산=최승대 기자
 
“아주 깨끗하게 들어갔네.. 허허.”
햇빛 쨍쨍하던 지난 13일 군포중학교에서 만난 이 감독과 인터뷰 중 카작 팀이 첫 골을 넣었다. 그제야 이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봐야 군포중학과의 스코어는 6대 1. 실력차가 컸다. 이 감독은 지난 9일 카자흐스탄 유소년(U-15)축구팀과 함께 방한해 안산지역과 안산 근교에 위치한 학교들을 돌며 친선 축구경기를 벌이고 있다. 두 팀간의 실력차는 컸지만, 경기에 참여한 모든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들릴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 어쩌면 서로 다르고, 어떤 부분에선 격차가 느껴지기도 하는 남과 북의 축소판이었다.
군포중 축구부 학생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낯선 아이들과의 경기를 가진 소감에 대해 "기분이 좋다", "영광이다", "한국축구를 보여줄 수 있어 좋다"며 천진난만하게 답했다. 그들에게 언어와 외모가 다르거나 장애가 있다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고, 더욱이 정치체제의 차이는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았다. '축구공'이라는 매개체로 서로 몸을 부대끼고 땀 흘리며 90분의 시간을 같이 뛰는 모습에서 이 감독이 말한 '작은 통일'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잠깐 쉬는 시간에 군포중학교 축구부 학생들에게 통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학생들은 통일은 ‘자유’, ‘행복’, ‘기쁨’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덧붙인 그들의 이유는 간단했지만 명료했다. “통일이 되면, 싸울 일 없고, 우리도 좋고, 북한도 좋으니 행복할 거예요”, “같이 살면 좋고, 서로 합체하니 기쁠 거예요”, “통일이 되면, 이산가족이 없으니 자연스레 행복해질 거예요”
이 감독에게도 물었다. 그는 '축구' 그리고 '장애인'에게서 통일을 보고 있었다. 답변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찼다. “故 정주영 회장이 소 떼 몰고 북한에 3.8선 넘어 올라갔듯이, 저는 지체장애인들이 휠체어 밀고, 시각장애인들이 지팡이 두들기고, 농아들이 같이 서로 부축하면서 3.8선을 넘어 올라가는 꿈을 꿔요. 한국과 주변 국가의 장애인들이 북녘의 장애인들을 돕는 일은 통일의 물꼬를 터주는 일이 될 거라고 믿어요.” 그러면서 이 감독은 남북 교류를 꽁꽁 묶고 있는 5.24조치의 해제를 언급했다. “5.24 조치가 장애인 교류에서만이라도 우선 풀어져야 해요. 북한 농아인축구팀을 훈련시키는 일을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 감독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원불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기독교 선교사의 길을 걷고 있고, 전문적인 축구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두 나라의 농아축구팀을 농아인 올림픽에 출전시켜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또 농아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화를 구사한다. 대학생 시절 "손짓사랑" 을 창단했던 이 감독은 그곳에서 아내를 만났고, 졸업 후에도 손짓사랑을 이어 나갔다.
이처럼 ‘장애인’과 ‘축구’는 그의 삶의 전부였다. 이 감독은 1997년부터 농아인 축구팀 감독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8년, 카자흐스탄에서 10년 동안 농아 아시안게임에서 각각 동메달이란 성과를 내기도 했다. 내년이면 카자흐스탄 농아인 축구팀 감독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감독은 지난해 10월 18일 평양에서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장애인체육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북한 최초의 농아 축구팀 결성에 합의했다. 앞으로 3년간 북한농아축구팀을 맡아 사실상 감독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카자흐스탄 영주권자로 북한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이 감독은 북한을 오가며 북한 농아축구팀의 훈련을 맡게 된다.
한편, 이 감독은 한국인들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을 ‘무뎌짐’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통일에 대한 기대와 높은 관심이 이어졌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통일’ 이슈는 반짝하고 수그러들고 말았다. “3·8선이 그어진지도 벌써 70년이 다 되어가네요. 이젠 남과 북이 이렇게 사는 것도 익숙해져 버렸지요. 결국 요한복음에 나오는 38년 된 병자처럼 돼 버렸어요. 명의의 일침이 병든 자에게 놓이면, 기적이 나타나듯이 북한 장애인들을 돕는 이 사역이 남북한의 병을 깨끗하게 치료하고, 통일의 물꼬를 터주길 기대해요.”
 
   
▲ 쨍쨍한 햇빛 아래, 지난 13일 군포중학교에서 군포중 축구부와 카작 농아축구팀 선수들 간의 축구시합이 열렸다.
 
   
▲ 쨍쨍한 햇빛 아래, 지난 13일 군포중 축구부와 카작 농아축구팀 선수들 간의 축구시합이 열렸다.
 
카자흐스탄 유소년(U-15) 축구팀은 지난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경기도 안산지역을 찾았다. 9일 안산 부곡중학교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안산 원곡중학교, 군포중학교, 안산고등학교 등 안산과 주변지역을 순회하며 경기를 가졌으며, 15일 카자흐스탄으로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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